동네마트에서 이 녀석을 15,000원에 팔고 있길래 헉 싼데 싶어서 한 마리 업어와봤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최저가 20,000원 부터 보통 35,000원 정도인 듯 하더군요. 아무튼 메이커는 허접한 곳이지만 접이식에다가 가격이 저렴해서 혹했는데, 역시 싼 데는 다 이유가 있군요.
일단 저역이 너무 튑니다. 고역과 중역을 혼자서 튀는 저역이 마구 간섭해서 같이 말아 먹어버립니다. 그래서 이 녀석으로 귀를 덮고 음악 중에서도 특히 저역이 튀는 녀석을 걸면 아주 골이 울리는 게 지대로더군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저역이 튄다는 건 '양'을 의미합니다. 사실 양이 많다고 무조건 나쁘다곤 볼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란 게 있다보니 그냥 나한테 안 맞는군 정도로 넘어가면 되겠습니다만, 저음에도 '질'이란 게 있죠. CL430은 일단 질은 떨어지면서 그 떨어지는 질을 양으로 커버하는 녀석입니다. 그래서 금새 질려버리더군요. 도저히 이걸로 음악을 '감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에이징 하면 괜찮지 않나?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본 바탕은 어딜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기기가 에이징 되는 게 아니라 내 '귀'가 에이징 '당하는' 느낌이 더 강해서 에이징 자체를 전 그다지 신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저역의 질과 양을 평가할 때 꼭 듣는 팝송이 하나 있는데, 자운드에서 발매한 Jennifer Warnes의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11번째 트릭 Way Down Deep 입니다. 저음이 정말 매력적인 곡이죠. 거기에 제니퍼 원스의 보컬이 잘 어우러져서 테스트용으로 그만인 노래입니다. 물론 노래 자체가 좋습니다. ^^(이 앨범은 거의 레퍼런스급으로 음질 하나 기똥차게 좋습니다. 물론 가격도 싸대구 때릴 정도로 비쌌죠.) 아무튼 이 녀석을 들어보면 저음 성향이 대충 드러나는데, CL430은 찰기가 없이 푹 퍼져서 나 메롱임~ 이런 저음을 들려주니 듣고 있으면 온놈에서 그냥 힘이 빠져버립니다. 헬레레~ 하는 거죠. 그렇다고 보컬이 사는 것도 아니고, 보컬은 그 메롱 저음에 묻혀버려서 나도 같이 메롱~ 이러고 있으니, 답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놀란 건 이게 평가가 그리 나쁘지않은 녀석이었다는 겁니다. 음질이 '좋다'는 얘기까지 있는 거 보면, 참 사람 취향은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저는 저,중,고음이 전체적으로 평탄한(플랫하다고 하죠) 녀석을 선호하는 편이고 그 중에서 편향되는 성향이 있다면 중,고음 쪽이 편향되는 편이 저는 더 낫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아무래도 지금 쓰고 있는 스피커 T200A가 저,중,고 질감 자체가 플랫하면서 고역에 약간 치중된 녀석이다보니 헤드폰도 그런 류의 녀석을 찾는 게 아닌가 싶네요. 라고 하면서 이어폰은 그냥 5천원짜리 쓰고 있습니다. (...........)
아무튼 안좋은 소리만 잔뜩 했는데, 뭐 결국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승리자죠. 가격과 디자인 등을 고려하면 쓰레기라고 매도만은 할 수 없겠더군요. 제가 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있겠고요. 다만 저는 '안경' 착용자다보니 장시간 헤드폰을 쓰고 있으면 귀가 아픕니다. 제가 머리가 큰 편이긴 한데 - 시중에 맞는 모자 찾기가 힘들 정도..OTL - 무리없이 써지는 걸 보면 정말 큰 머리가 아닌 다음에는 착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 녀석은 음감용으로는 완전 꽝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놀랐습니다. 영화 보는 데는 '딱' 좋더라고요. 그러나 여기서 또 문제가 나오는데 코드 길이입니다. 연장 코드 없이 붙박이로 1.8m입니다. 이게 휴대용으로는 상당히 애매하고 집에서 느긋하게 누워서 영화 보려고 할 적에는 또 애매한 길이입니다. 전자는 너무 애매, 후자는 짧아서 애매. 결론은 애매모호. 그래서 점수를 짜게 줬습니다.
평점 3 / 10 (5점이 보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