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12년 10월 초순. 단순 시간으로 따지면 17개월 신었고, 실질 착화 시간으로 따지면 대략 12개월 정도가 된다. 이유는 한겨울에는 도저히 신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아무리 날이 따뜻하고 좋아도 맨발신발 신고 마실 나서면 발이 얼어붙어서 얼얼하기 때문. 이걸 막자고 두꺼운 양말 껴신고 나가면 맨발신발의 장점이 사라지고 만다. 겨울에 잘 신지 않게 된 이유는 또한 눈이 오거나 그 다음날 같은 경우 빙판길에서는 클락스 나탈리를 신고 다니는 것이 미끄럽지도 않아서 일단은 안전우선을 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무튼 한 달을 기준으로 대략 120km 정도를 걸었다. 실지로는 좀 다르긴 한데(이주일에 한 번은 15km 전후, 이틀에 한 번 또는 사흘에 한 번 6~7km 전후 정도로 걷는다) 여기서는 그냥 계산하기 편하게 하루에 4km 걸은 걸로 한다. 해서 1년으로 환산하니 1400km 정도 걸었다는 결과가 된다.
이하는 1년간 약 1400km를 걷고 난 후의 필맥스 니에사가 변화한 모습이다. 아직은 현역으로 활동중이다!
위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 앞이 좀 이상해 보인다. |
오른쪽 앞이다. 벌어졌다. |
제일 중요한 바닥 사진. 좌우 다 가운데가 뻥 뚫렸다. 오른쪽 사진이 왼쪽신발인데 구멍이 좀 더 크다. 왜 이런가는 밑에서 알 수 있다. |
왼쪽 뒤꿈치 사진 |
오른쪽 뒤꿈치 |
깔창 사진. 역시 왼쪽 깔창은 구멍이 살짝 뚫렸지만 오른쪽은 뚫리기 직전 쯤 되 보인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내 걸음걸이가 대체적으로 왼쪽에 힘이 더 실린다는 것이다. 결론은 좌우가 완벽한 밸런스가 잡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며 내가 원래 오른쪽 무릎이 안 좋다는 걸 여기서 다시 알 수 있다. |
맨위의 링크 타고 가면 필맥스 니에사의 새것 사진이 있는데 그거와 비교하면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아무런 설명 없이 이 사진만 놓고 보면 뭐 이딴 신발이 다 있어! 1년 좀 신었는데 신발 밑창이 완전 걸레짝이네? 이런 반응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겠다.
1. 필맥스 맨발신발의 밑창은 정말 얇다.
밑창과 깔창까지 합하면 2mm가 되려나? 그 이하이려나? 그 정도로 얇다.
처음 이거 신었을 때의 당혹스런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게 뭔고? 이런 느낌 말이다.
맨발신발은 발을 외부의 위험으로 단순 보호장치이니 맨발신발 자체는 특별한 기능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밑창은 최대한 얇고 무게감 없는 가벼움을 추구한다. 베어풋으로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제품이 나온다. 그 중에 필맥스 만큼 얇은 밑창을 가진 제품은 아마 없는 것 같다. 소프트 스타의 모카신 쪽이 비슷한 것 같긴 한데 국내에 수입되는 것 같지가 않다. 기회가 되면 신어보고 싶다. (아니 그냥 집 재봉틀로 못쓰는 가죽자켓 뜯어다가 만들까? ㅎㅎ)
2. 밑창 내구성은 200,000만회라는데?
일반적으로 만보를 7~8km 정도로 잡는다. 주의해야할 것은 여기서 만보로 잡는 것 대부분은 운동화 신고 걸었을 때 이야기. 그런데 맨발신발과 운동화는 완전 다른 제품이다. 그래서 맨발신발을 신고 걷게 되면 보폭이 짧아진다.
보폭이 짧아진다? 어떻게 보면 종종걸음 치는 것 처럼 보일 정도로, 예를 들어 운동화 신고 걸을 때는 보폭이 60cm 정도가 나온다면 맨발신발을 신으면 보폭이 40cm 정도로 줄어든다. 이 이유는 몸이 자연스레 그렇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뒤꿈치 착지가 아니라 자연스레 앞발을 중심으로 전체 착지가 되고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자세가 몸이 스스로 체득한다. 아 이렇게 땅을 딛으니 충격이 크네 이렇게 하면 충격이 거의 없네 이런 식으로 내 몸과 발이 스스로 학급하고 뇌는 그걸 피드백 받아서 자세 교정에들어가고 뭐 그런 식이다. 따라서 1km를 걷더라도 운동화 보다 걸음수가 많아진다. 당연히 밑창에 가는 마찰횟수도 증가한다. 결론적으로 20만회 어쩌구는 엄청 많아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리 많은 횟수는 아니다.
3. 맨발신발은 어차피 맨발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밑창이 너덜너덜하건 구멍이 뻥 뚫렸건 베어풋의 용도는 최대한 맨발로 걷거나 뛰는 느낌을 살려주는 것. 따라서 맨발신발은 그저 발을 최소한으로 보호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 이상은 불필요하다. 그래서 구멍이 나도 저렇게 계속 신을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 나도 처음 구멍이 발견 된 것은 신은지 6개월 넘으면서 부터다. 뒤꿈치는 처음 적응할 적에 뒤꿈치 착지와 혼용하거나 끌리거나 하면서 생긴 흔적이지만 앞쪽 구멍은 제대로 적응해서 걷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이다.
현재는 다이소에서 파는 천 원짜리 면깔창이란 놈을 대충 잘라서 안에다가 깔창 겸 밑창 겸으로 사용중이다. 깔창이 너무 두꺼우면 맨발의 느낌이 사라져서 최대한 얇으면서 저렴한 녀석을 찾다가 발견한 놈이 다이소 천냥 깔창이다. ㅎㅎ 쓰다 구멍 나면 버리고 부담없이 새로 사도 되니까 아주 좋다. 이렇게 신다가 구멍이 너무 커지면, 그때가 진짜 내 필맥스 니에사의 사망선고일이 되겠다. 아직은 현역이다. 비록 겉모습은 걸레짝 처럼 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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